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묵재일기(默齋日記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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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552년 11월 20일 무술

卄日戊戌。

晴風。
○留堂。服松末。感寒證不差。○夫人留此, 憾我不還, 夜不寢開窓望路云。○午時, 二道出臨。頃然金山柳洙仲沂】繼至, 陳不得相面之由, 以米、太、小豆、燒酒二、雉二等遺之。州設果盤與酒, 各行酒。金山先辭, 出向高靈去。二道更留話, 少頃乃去。○酒醉猶不臥, 更衣而出。李友膺來見, 共行歷下家, 見兒等乃行。驅馬逾星嶺, 投金鞍村全應乾家。方爲內廳宴矣, 主人與呂權呂林鍾及學生數人等在座。遂開酌爲禮, 纔數人行之, 日已落矣。吾亦行酒, 夜已黑矣。呂和卿亦行酒。酒罷, 起舞而出, 與友膺還其家止宿。李堯卿暮出參酌, 共到此。呂權亦會此。主人設食, 共食之, 夜深乃寢。各止一房而宿, 妓生在房, 畏疾不近。○二道臨酌時求見孫兒, 兒處平牀爲戲聲類駭, 吾心似動, 令將下去。○夫人令萬守后生等持炬迎行, 吾止宿細洞家, 空還。○萬守還自槐山

1552년 11월 20일 무술

맑고 바람 붊.
○당(堂)에 머물렀다. 솔가루[松末]를 먹었다. 감기 증세는 차도가 없다. ○아내가 이곳에 머물렀는데, 내가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하여 밤에도 자지 못하고 창문을 열고 길거리를 쳐다보았다 한다. ○오시(午時)에 판관이 나왔다. 잠시 후 김산(金山) 군수 류수(柳洙)【자(字)는 중기(仲泝)】가 이어서 도착하여 서로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을 토로하고, 쌀·콩[太]·팥[小豆]·소주 2·꿩 2마리 등을 주었다. 성주 관아에서 과일 소반과 술을 차려 각기 술을 돌렸다. 김산 군수가 먼저 인사하고 고령(高靈)으로 출발했다. 판관은 다시 머물러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후에 갔다. ○술에 취했는데도 오히려 눕지 않고 다시 옷을 입고 나갔다. 이우응(李友膺)이 와서 보았는데, 함께 하가(下家)에 들러 아이들을 보고 갔다. 말을 달려 성령(星嶺)을 넘어 금안촌(金鞍村) 전응건(全應乾)의 집으로 갔다. 그 때 내청(內廳)에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는데, 주인과 여권(呂權)·여임종(呂林鍾) 및 학생 여러 명 등이 그곳에 있었다. 술자리를 벌여 예(禮)를 차렸는데, 겨우 몇 사람이 술을 돌리자 해가 벌써 저물었다. 나도 술을 돌렸는데, 이미 밤이 깊어져 있었다. 여화경(呂和卿)도 술을 돌렸다. 술을 다 돌리자 일어나 춤을 춘 후에 나와서 이우응과 함께 그의 집으로 돌아가 유숙했다. 이요경(李堯卿)이 저물녘에 나와서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함께 이곳에 왔다. 여권도 이곳에 합류했다. 주인이 밥을 차려 함께 먹고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었다. 각기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잤는데, 기생이 방에 있었지만 병에 걸릴까 염려되어 가까이하지 않았다. ○판관이 술자리에 왔을 때 손자 아이를 보겠다고 청하더니, 아이를 평상에 놓고 놀랄 만한 소리를 내며 장난을 치기에 내가 놀라서 데리고 내려가게 했다. ○아내가 만수(萬守)·후생(后生) 등으로 하여금 횃불을 가지고 나를 마중하게 했는데, 내가 세동(細洞) 집에 유숙하는 바람에 그냥 돌아갔다. ○만수괴산(槐山)에서 돌아왔다.
[주-1] 
소주 2 : 원문에 단위를 쓰지 않고 ‘燒酒二’ 라고만 되어 있다. ‘甁’ 등의 단위가 생략된 것이다.